내가 가장 용기 있었던 때는?

|
나는 성격이 좋아하는 것에 꽂히면 그것밖에 모르는 외골수에 무모한 적극성을 가지고 있다.

중3때니까 벌써 30년전 한창 꿈 많고 발랄했던 소녀시절이었으며 내 인생에서는 정말 하루하루가 즐거웠던 것으로 기억 된다. 당시 양평동에서 봉영여중까지 도보로 10여분 걸어 가면 언제나 즐거운 학교 친구들과 날 예뻐해 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셨다.
학교 가는길 플라타너스 대로변을 걸을 때면 영화 라스트 콘서트에서 스텔라가 흥얼거리던 OST를 따라 부르며 유쾌하게 등교길을 걸었다. 반에 도착하면 나의 악동 친구 나까지 다섯 명이 멤버인 Poor Angels도 만날 수 있고...

당시 휴일이면 고입 연합고사가 있어 난 동네 영등포 시립도서관을 집에서 부터 약 3킬로 미터를 걸어 다니는 공부욕심이 많은 아이였다. 때로는 도서관 자리를 잡기 위해 새벽 5시에 집을 나서기도 했는데 한 번은 웬 술 취한 아저씨가 위험하게 어두운 거리를 다니냐고 고함을 치는 바람에 시껍해지기도 했었다.

서론이 상당히 길었다.

내가 가장 용기 있었을 때는 그 도서관에서 본 잘생긴 오빠 때문이었다.

동글하고 큰 눈... 날라리처럼 파마를 하고 항상 아디다스 무지개 빛 파커를 입고 내가 도서관 식당만 가면 꼭 보였었던 커피 자판기 옆의 그 오빠...
ㅎㅎㅎ 한창 이성에 눈을 뜬 사춘기라 그 오빠만 보면 가슴이 콩당 콩당...
눈도 많이 마주쳤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오빠 사는 집이 우리 학교 본관 건물. 그리고 우리 교실에서 바로 건너 편으로 보이는 아파트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오빠 별명도 중앙집권... 이목구비 넘 또렷히 잘 생겨서 내가 지어준 별명이다. 어느날 우연히 그 오빠가 동네에서 걸어 다닌 걸 보고 놀란 가슴에 평소 중앙집권 노래를 부르고 다녔기에..."얘들아 저 오빠가 바로 중앙 집권이야..." 친구들도 역시 내가 좋아할 만큼 잘생겼다고 침을 질질(?)흘렸다. ㅎㅎㅎ

이내 친구들이랑 그 오빠를 미행 했는데 바로 우리 학교 맞은 편 아파트였던 것이다.

일단... 집을 알았으니 OK...

며칠 있다가 그 용기가 어디서 났을까. 난 이미 그 오빠 아파트 현관문을 띵동 누르고 말았다.

ㅎㅎㅎ

여기까지요... ;;;

그의 어머니가 나오셨다.
난 그 오빠를 만나러 왔다고 했다.

잠시후 그 오빠는 나왔고 그는 내게
"난 너 몰라..." 라고 말 했습니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던 순간...

ㅎㅎ

그 이후의 상상은 여러분께 맡길게요.

아무튼 성격 특이한 저... 이런 무모한 용기...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시작되어 지금도 꽂히면 직진 포그린입니다.

나이도 있고 하니 이젠 주위도 돌아보며 천천히 나잇값 좀 하고 살아야겠습니다.

 

 

 

 

 

 

'少談'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가장 용기 있었던 때는?  (1) 2015.09.14
성공적인 고백법  (0) 2015.09.14
어리석은 자와 지혜로운 자  (0) 2015.09.13
포그린 초위의 인생에 대한 생각  (0) 2015.09.13
아이들 어린시절 사진  (0) 2015.09.13
난 이런 사람이 좋더라  (0) 2015.09.13
Trackback 0 And Comment 1
prev | 1 | 2 | 3 | 4 | 5 | ··· | 10 | next